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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수영장 빌런 샤워실 변태 관음충과 해결법에 대하여

샤워실에서 다른 사람을 빤히 쳐다보는 사람
왜 나를...

왜 저를 그렇게 쳐다보시죠?

샤워하면서 빤히 보는 이가 있다. 왜인지 모른다. 위치에 따라 눈치채는 게 늦어지는데 옆이라면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다. 얼굴은 정면으로 거울을 보는 척하며 눈만 돌려 힐끔거리는 경우가 있고, 아예 얼굴과 몸을 돌려 마치 경청하듯 빤히 보는 경우가 있다. 뒤에서 쳐다보는 경우는 거울을 통해 반사된 모습을 보고 알아채게 된다. 머리를 감거나 양치를 하면서 남을 빤히 보고 있는데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게 멍하니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당신은 파브르, 나는 곤충.  아니 왜 나를 관찰하는지?

샤워하고 환복하기 바쁜 와중에 남을 훑어보는데 시간을 할애하기에 느릿느릿한 편이다. 몸을 수색하는지 스캔하는지 곳곳을 살피지만 역시 주 관심사는 얼굴을 보는 것이다. 이쯤 되면 관심을 표하나 싶기도 하지만 흐리멍텅한 눈이거나 무표정하기에 의중을 알 수가 없다.  나이대는 천차만별로 그냥 무례하게 남을 쳐다본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누구였든 간에 재수가 없으면 그의 주목을 사고 뜻하지 않게 스트립쇼를 선보이게 되는 것이다.

 

해결법. 눈눈이이

시선을 느끼고 그를 쳐다보면 마치 안 봤던 양 제할일에 집중하는 매직! 그러나 내가 다시 시선을 거두면 다시 나를 쳐다보는, 이 무슨 엇갈림인가. 아예 신경을 안 쓰자니 아주 목을 빼고 감상하기에 이른다. 그럴 거면 돈이라도 쥐어줘ㅎ

이 관음충에게는 똑같이 해주는 수밖에. 그가 옆이라면 고개를 돌려 그의 몸 구석구석 발톱부터 종아리, 허벅지, 배, 가슴까지 천천히 스캔하자. 가랑이는 특히 타격이 크다. 인물 크로키를 위해 살핀다는 마음가짐으로 잘 관찰해 주자. 물론 바쁜 현대사회이므로 내 손은 열심히 몸을 씻기고 수영복으로 환복 중이다. 그렇게 몸을 스캔하며 천천히 얼굴까지 올라가면 그와 눈이 마주친다. 그는 나만 주시하고 있기에 내 눈이 어디로 향하는지 잘 보고 있었을 것. 그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피하지 마라. 그럼 그가 먼저 피할 것이다. 이젠 주객이 바뀌어 내가 파브르, 그가 곤충이 된다.

뒤에서 나를 관망하던 이에게도 냉큼 뒤돌아서서 마찬가지의 과정을 거치면 된다. 내가 뒤를 돌아볼 수 있다는 걸 전혀 몰랐다는 듯 아주 놀라며 황급히 뒤돌아서 자기 거울을 향한다. 물론 그 거울 안에는 당신을 바라보는 나의 아이컨택이 기다리고 있다.  

 

 

 

객체와 주체가 뒤바뀌는 현대미술... 걍 남한테 신경 끄자. 

그래도 계속해서 나와 시선을 핑퐁 주고 받는 이가 있는 가 하면 두 번 다시 나를 보지 않는 이가 있다. 남을 관찰할 시간에 후딱 씻고 나가면 샤워실 정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냥 길거리에서 남의 얼굴이나 몸을 빤히 보는 것은 무례한 일이다. 하물며 샤워실에서 알몸이라면 더 주의를 해야 한다.

당신은 온전히 주체로서 관찰하고 평가할 수 있는 입장이라 여기고, 타인은 객체로서 관찰당하고 평가당하는 물건으로 여기는 모양새다. 다 똑같은 사람이고 같은 감정 느끼고 산다. 본인이 주체에서 객체로 전환되는 순간 당혹스러워하던 그네들의 얼굴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