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영장의 기예, 물구나무서기 또는 걷기
레인 끝에 서서 한숨 돌리고 있는데 물 위로 두 다리가 불쑥 튀어나오는 걸 봤다.
그것은 마치 인삼의 살색 두 뿌리처럼 보였다.
저벅저벅 걸어오질 않나, 상체하체가 번갈아 나오질 않나 기예를 펼치는 듯했다.
처음 보는 풍경에 홀린 듯이 보고 있자 그는 돌연 시선을 느낀 듯 일어났다.
갑자기 그는 휘적휘적 양팔을 펼치고 접영을 하기 시작했다.
그의 기예는 이제 다 끝난 모양인가 보다 생각했지만 그는 저만치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었다.
수경 너머로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서 나는 깨달음을 얻는다.
아... 우리가 있는 이곳은 초급레인.
킥판으로 발차기 연습을 하는 나와 물구나무 선 당신과 어쩌다 보니 단 둘만 있다.
그는 내게 말하고 싶은 것이었다.
나는 뭣도 모르고 여기서 이러고 있는 뉴비 쪼렙이 아니다. 여기 오래 다닌 데다 접영까지 마스터한 고인물 고렙이다.
아... 그는 내가 눈치를 준다고 여겼던 것이다. 사실 난 약간 경외의 눈으로 바라본 것이었는데...
나도 킥판을 잠시 내려두고 그가 볼 수 있게 접영을 한다. ㅎㅎ
왜 굳이 초급레인에서 이래야 하는지 모르지만 나도 그의 뜻에 응해봤다.
그를 두고 나는 다른 레인으로 떠났다. 그러나 그는 그 자리에 남아 새로 들어온 사람들 사이에서 유유자적 물구나무를 서서 걷는다. 나름의 도덕과 규칙이 있는지 수영하는 사람들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물구나무와 수영을 병행해 나간다...
이쯤에서 나는 의문을 품는다.
본인이 이 수영장에 오래 다녔고 수영을 잘한다면(고 여긴다면) 규칙을 어겨도 되나?
암묵적으로 수영장에서는 수영실력이 공신력을 가지는데ㅎㅎㅎ 좀 웃기는 일이다.
수영장에서 물구나무 서기 해도 되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해도 되나 안 되나 헷갈린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나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근데 하진 않았다. 내가 다치든지 남을 다치게 하든지 할 염려가 있어서다. 주변에 사람이 없다면 시도해 볼 법한데 사람이 그렇게 비어있는 곳도 드물다.
하지만 그전에 사실 수영장은 수영하러 온 거니까 수영만 해야 알맞을 듯하다.
검색해보니 수영장 내 물구나무서기를 금지하는 곳이 상당수였다.
수영만 하다가도 자칫 부딪혀서 크고 작은 사고가 나는데 굳이 다른 위험행위를 추가할 필요는 없겠다. 헬스장의 거꾸리를 추천하는 바이다.
간혹 강습시간에 물구나무를 가르쳐주기도 한다는데 그때 배우고 그 시간에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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